#10. 그것만은 아니길(2)

2013. 10. 11. 16:51 - 엄작가 dbjang

펑펑.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청계천을 거닐던 채원과 수민은 입구쪽에 펼쳐진 루미나리에를 바라본다.

"정말 예쁘다. 근데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거야. 보이질 않네."

채원이 투덜거리자 수민은 갑자기 등을 구부리고 자리에 앉는다.

"자, 타요."

채원은 의아했지만 못이기는 척 등에 올라탄다.

엎힌채로 채원은 불꽃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렇게 이 둘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을 건넨다.

프로젝트 종료 후 채원은 다른 프로젝트로 스카웃 되어 가고 수민은 기존의 프로젝트에 남아 유지보수를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목동과 여의도 사이라 그리 멀지 않는 곳이다.

수민은 퇴근 후 여의도에서 근무를 하는 수민을 데리러 갔다.

여의도 공원을 거닐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딩동.

장난으로 수민의 메신저로 로그인해서 메신저창을 들여다 보다 메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 팝업창이 뜬다.

스크롤을 잘못 눌러 휴지통을 눌렀다.

"이거 뭐지?"

이민혜라는 사람이 보낸 메일이다.

들어본 것 같은 이름.

수민의 예전 여자친구의 이름이란 걸 기억한 채원은 그 메일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

오빠가 나 유럽으로 여행을 갔을 때 그 때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그 아이를 만나서 바람을 핀 것도 모자라 그 아이가 나한테 어떻게 했니?

어쨌든 그 애한테서 양육비포기 각서 같은 거라도 받아.

낳든 말든 그건 그 애 마음이고 오빠는 상관하지 말라구.

...

 

"이게 무슨 내용이지?"

메일을 읽어본 채원은 심란해지고 메신저를 꺼버린다.

그 날 저녁 수민과 약속한 까페로 향한 채원은 버스 안에서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왔어?"

수민은 활짝 웃으며 반갑게 채원을 맞이한다.

채원은 도저히 웃을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

"저기요.. 나 메일을 봤어요."

채원은 수민에게 말을 건네며 수민의 얼굴을 바라본다.

낯빛이 변한 수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다 본거니?"

"네. 그냥 사실대로 말해줘요.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나요?"
수민은 물을 한 잔 먹고는 말한다.

"미안해. 예전에 사귄 여자친구가 아이를 가졌는데 지웠어. 그냥 말할 필요가 없어서 말을 안한거지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야. 미안해.."

채원은 수민의 말을 듣고 나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여친이 이민혜? 그 사람이죠? 그 사람두 낙태를 했다는 건가요?"

이 말에 수민은 당황한다.

"민혜 말한 거 아니였어?"

"그럼 두 사람이라는 거네요? 난 민혜가 말하는 그 애가 누군지 궁금했는데..."

채원은 기가 막히다는 듯 수민을 바라본다.

수민은 한숨을 쉬며 다 털어놓는다.

"미안해..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그 민혜란 애야. 민혜가 유럽으로 한 달 정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우리 회사에 대학생 알바생이 들어왔어.

그 애야.

그 애랑 잠깐 만났는데 그 애가 아기를 가졌다고 했어. 그리곤 민혜한테 헤어지라고 종용한거지.

그래서 알게 된거야..

민혜는 양육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내가 써서 그 애한테 주고 양육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오라고 했고..

그 애랑은 금방 헤어졌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니 아기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그리곤 1년 뒤에 민혜랑 헤어지게 되었어."

대충 기간을 따져보니 그 민혜라는 사람과 헤어진 건 불과 채원과 만나기 석달 전이였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서 있었던 일이라니.. 참 황당하네요.."

채원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나선다.

수민은 따라와 채원을 잡지만 채원은 그대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휴일인 그 다음날 잠을 못잔 채원은 아침에 샤워를 하고 수민에게 전화를 해본다.

신호는 가지 않고 음성으로 넘어간다.

"아직 자는 건가? 반성중인가?"

노트북을 켠 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녀간 블로그 목록을 보다 낯선 이름을 발견했다.

생각없이 클릭해서 들어가보니 그 민혜란 여자의 블로그다.

오늘 방금 쓴 듯한 새벽에 남긴 다이어리가 하나 있어서 채원은 읽어본다.

 

...

정말 간만에 오빠를 만났다.

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밤에 갑자기 연락온 오빠의 전화가 정말 반가웠다.

우리는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헤어진거라 그런지 더 애틋하다.

오빠와 자주 가던 곳에 가서 사랑을 나누고 방금 오빠가 데려다 줬다. *^^*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채원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 때 휴대폰이 울린다.

수민이다.

"잘 잤어? 휴대폰이 꺼져 있는 줄 몰랐어. 화좀 풀렸니? 나 어제 한숨도 못잤는데 보고 싶다."

채원은 기가 찬다.

"수고하세요. 전 더 할 말이 없구요.

그 민혜라는 사람 블로그 글 한 번 보시면 제 말 뜻 이해할거에요.

그럼."

채원은 전화를 끊고 노트북도 닫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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