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것만은 아니길(1)

2013. 9. 3. 13:27 - 엄작가 dbjang

'또 시작이군'

새롭게 시작된 프로젝트에 투입된 채원은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자동으로 로그인된 메신저에 메시지를 보고는 혀를 찬다.

개발팀 과장으로 있는 김수민과장이 채원에게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좋은 아침. :) ]

[네 안녕하세요]

[잘 잤어요?]

[네. 뭐.]

[오늘 옷 독특하네요 ㅋㅋ]

[신경끄시죠. 전 이만]

[어? 화났어요? 예뻐서 그런거에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채원은 아침부터 어줍잖은 메시지 덕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젠장.'

따르르릉.

개발실로 걸려온 다른 부서의 요청건으로 채원은 바로 업무에 임하기 시작한다.

 

콜록콜록.

'어젯밤에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그런가?'

채원은 연신 기침을 해댄다.

그 떄 수민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한다.

[감기걸렸어요?]

[휴. 일 안하세요?]

기다란 기둥을 사이에 두고 파티션이 나뉘어진터라 얘기하는 소리가 크진 않더라도 살짝 들린다.

[기침소리에 일이 안되네요.]

[기침 안할테니 일이나 하세요.]

- [수민]힘내요. 님이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뭐야. 나갔네. 나참.'

채원은 기침을 참으려 욱욱 거리며 자판을 쳤다.

30분이 지나자 갑자기 컴퓨터에서 딩동 소리가 들린다.

- [수민]힘내요.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채원대리. 잠깐만 복도로 나올래요?]

[바빠요.]

[잠깐이면 되요.]

채원은 몸을 뒤로 젖히며 한숨을 쉬자 수민은 일어나 복도로 나간다.

수민이 문을 열고 나가며 채원을 향해 손짓을 하자 채원은 체념한 듯 밖으로 나갔다.

 

"과장님은 일이 없어요?"

채원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수민에게 뚱하게 말한다.

"이거 줄려구요. 자. 이거 먹고 일해요."

하고 채원에게 종이봉투를 하나 들려주곤 다시 들어간다.

봉투를 열어보니 약봉지였다.

종합감기약.

'헐. 기침 때문에? 왜 나한테?'

어리둥절하게 감기약을 가지고 멍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본 이차장이 말을 건다.

'채원대리 어디 아파? 감기약이네. 내 근처에 오지마라."

손사레를 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주섬주섬 다시 정리를 해서 자리로 들어간 채원은 메신저로 말을 건다.

 

[이거 왜 줘요? 과장님이?]

[아프니까요.]

[그니깐 과장님이 이걸 나한테 왜 주냐구요.]

[그냥 아픈게 싫어서 준거에요. 채원대리가 아프면 나도 좀 그래서.. ㅎㅎ]

 

'뭐야 이 사람.'

이 약봉지 하나가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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