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앵글로 만든 세상

2013. 8. 3. 11:50 - 엄작가 dbjang

"앵글로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지태는 사포질을 하다가 잠깐 멈추고 채원을 바라본다.

"앵글?"

'네. 창고에 앵글이 길게 좀 있는 것 같던데 그 앵글로 책장을 짜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 합판들은 앵글위에 올려둬서 받침으로 쓰구요.

그럼 낼까지 책장을 모두 만들 수 있을거에요."

채원과 지태는 봉사를 간 보육원 아이들에게 어린이집 선물로 책장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목재로 만들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은 터였다.

"앵글로 만든 걸 본 적이 있니?"

"어릴 적에 아빠가 앵글로 침대를 만들어주셨어요. 위에 합판을 깔고 그 위에 이불을 깔았죠.

엄마가 그 침대의 커버를 만들어서 씌우구요. "

채원은 미소를 짓는다.

 

"아빠 나두 다른 애들처럼 침대가 정말 갖고 싶다구. 나만 침대가 없어서 바닥에 자잖아. "

채원은 출근하는 아빠의 등에 대고 입을 내밀며 불만을 토로한다.

"민혜두 침대가 있어. 민혜 방에 가봤더니 걘 화장대도 있었단 말이야. 아빠 나두 알아. 지금 나같은 초딩에겐 그런게 필요 없다는 걸. 하지만 침대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당돌한 딸의 말을 듣고 있던 채원의 아빠는 피식 웃는다.

"침대위에선 뛸 건 아니지?"

"침대위에서 왜 뛰어?"

"그래. 그럼 아빠가 이번 주말에 만들어줄께."

"앗싸. 엥? 만들어준다구?"

"응. 기대하고 있어봐."

채원은 아빠의 출근길을 마중하며 고개를 갸웃하지만 믿어보기로 한다.

햇살이 아주 따스한 주말 오후.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햇빛이 채원의 방을 비추어 채원은 부스스 일어난다.

탕탕.

마당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 마당으로 향해 있는 자신의 방 창문 밖을 바라본다.

채원의 아빠는 길다란 앵글을 자르고 나사로 조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채원은 벌떡 일어나 마당으로 뛰어갔다.

"아빠 이거 뭐야?"

"침대"

채원의 아빠는 짧은 말 한마디를 하고는 공구로 나사를 계속 조인다.

틀이 잡힌 앵글은 뼈대처럼 마당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상자의 몸집에 면을 모두 버려버리고 줄기만 놔둔 것 처럼 앵글은 뼈대만으로 직육면체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 합판만 올리면 끝이야. 먼지 나니깐 잠깐 뒤로 가 있어."

채원의 아빠는 합판을 톱으로 잘라 다듬은 후 앵글위에 올려 나사못으로 각 모서리에 박아 조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채원은 입을 쩍 벌린다.

"이게 침대야? 여기서 누워 잔다구? 이게 무슨 평상이야?"

높아진 목소리에 채원의 엄마가 마당으로 나온다.

"침대는 모두 완성이 되었네요. 이제 꾸미기만 하면 되는건가? 당신이 채원이 방으로 가져다 줘요."

"오케이."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듣고 있던 채원은 울상이 된다.

"뭐야. 이제껏 기다렸는데 평상이잖아. 저렇게 딱딱한 곳에서 나보고 자라구? 저런 침대에서 잔다는 걸 애들한테 어떻게 말을 하냐구."

이런 채원을 본체 만체 아빠는 침대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당에서 돌만 발로 차다 잠시 후  방으로 따라간 채원은 눈이 휘둥그레 놀란다.

"우와. 이게 그 침대야?"

채원이 잠시 마당에 있는 동안 채원의 엄마는 합판위에 딱딱한 매트를 올려놓고 그 위에 만들어놓은 커버를 씌운 것이다.

책상의 의자 뒤로 하늘빛 작은 침대가 햇살에 비춰 더욱더 화사하게 보였다.

 

 

"너희 아버진 어떤 일을 하신거야? 원래 기술자셨니?"

"아뇨.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셨어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뭔가 만들고 부수고 하는 걸 좋아하셨대요. 엄마는 재봉틀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셨고. 그래서 아빠가 뭔가를 뚝딱 만들어놓으시면 엄마는 집에 있는 천으로 덮개를 만들어 씌우면 하나의 가구가 탄생했죠."

채원은 소탈하게 웃으며 일어선다.

"선배. 그렇게 한 번 해봐요. 아마 선배정도면 오늘내로 할 수 있을거에요."

지태는 창고로 뛰어가는 채원을 바라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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