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창 밖 바라보기

2013. 1. 7. 17:00 - 엄작가 dbjang

어제 새벽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왔다.

갑작스럽게 진통이 오는 바람에 바로 분만실로 직행을 했고 초음파와 내진을 통해 1분 간격임을 알게 되어 병원측에선 진통억제제(라도파)를 투여하겠다고 했다.

30씩 들어가던 약을 한 단계 올린 후 경과를 지켜보자며 괜찮을 경우 약을 줄여서 상태를 보고 괜찮아지면 또 약을 끊자고.

그러고도 괜찮으면 퇴원을 하자고 했다.

이 링거 자체는 산모와 태아에게 좋진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태아가 지금 상태로 밖으로 나오는 것 보단 낫다고 했다.

25주 2일.

아직 밖으로 나오면 안되는 주수다.

34주는 되야 나와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조금 있다가 나와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지금 상태로 나오게 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가슴에 덕지덕지 바늘을 꽂아야 할지도 모르고 미숙아합병증으로 상당한 고생과 막대한 비용도 든다.

 

넝쿨이가 일찍 나오려고 한 이유는 뭘까?

첫째 행복이를 키우면서 힘이 든건 사실이다.

그래도 순한 행복이 덕분에 넝쿨이를 가진 후로는 펠트로 태교도 하고 뜨개질과 독서는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최근에 허리에 자꾸 무리가 가고 해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전조였나?

허리가 거의 다 나을 즈음 약간 무리를 해서 움직였더니 넝쿨이가 바로 신호를 줬구나.

병실에 꼼짝없이 누워 닫힌 창 밖을 바라보니 별 생각이 든다.

앞에 건물이 보이고 눈이 쌓인 땅.

가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나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침대를 세워 비스듬히 기대 앉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 수 있게 된 건 순전히 넝쿨이 덕분이다.

언제 이렇게 맘 편히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이렇게 맘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을까.

내 맘대로 먹고 자고 책도 읽고 싶으면 읽고 뜨개질이든 할 수 있었을까.

넝쿨이가 이 엄마에게 휴가를 준 것 같다.

걱정이 많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을 준 넝쿨이에게 감사하다.

 

이제는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고 몸조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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