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동안 학교 수업을 빠진 지태는 동아리에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지태가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동안 채원이 동아리룸의 문단속을 담당했다.

"선배. 이제 괜찮아요?""

채원은 문을 열며 콜록거리는 지태를 맞이한다.

"어. 이제 괜찮아. 콜록."

지태는 마스크를 낀 채로 등에 맨 가방을 내려놓는다.

채원은 한결 헬쓱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지태를 보니 반갑기도 하면서도 안쓰럽다.

"무슨 한여름에 감기는... 내가 그 때 보육원에서 물장난 칠 때부터 알아봤어요. 그렇게 밤을 샜는데 가서 또 물장구치고 애들이랑 놀아주니 몸살이 안나고 베겨요?"

채원은 지태에게 따뜻한 녹차 한 잔을 우려준다.

동아리에 커피는 없어도 각종 차들은 떨어짐 없이 챙겨두는 채원의 한 해 후배가 있어 마실 거리 걱정은 없다.

"괜찮은 거 같더니 갑자기 춥더라. 이젠 뭐 다 나았으니깐. 콜록."

연신 기침을 해대는 지태를 향해 채원은 노트 한 권을 건넨다.

"이거 현탁선배가 주래요. 건축환경공학 수업 간단히 정리해둔 거라구. 본인은 원체 필기를 안하는데 선배 위해서 한 몸 희생했대요."

지태는 그 수업이 전공핵심과목인데다 3학점짜리라 내심 걱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오. 다행이다. 걱정은 덜었네. 채원아 나 맹물 좀 줄래?"

미소를 띈 지태는 녹차는 테이블 위에 두고 물을 달라고 했다.

채원에게서 물을 받아든 지태는 가방안에서 약봉지를 꺼낸다.

"나 이 물 갖고는 안될거 같은데..."

약봉지에 꺼낸 약봉투는 투명하게 안의 내용물이 보였다.

알약 서너개쯤?

"에이. 그 정도는 그 물이면 되죠. 한 사발을 마셔야 되요?"

"응."

마스크를 벗는 지태는 사뭇 진지하다.

그리곤 약봉투를 뜯어 알약 하나를 입 안에 넣고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안 넘어간건지 한 모금 더 마신다.

그렇게 해서 알약 한 알에 물 한 컵을 다 마셔버린다.

"엥? 모에요? 선배 알약 못먹어요? 하하하. 모야.. 물 1리터 있어야겠는데?"

채원은 빈 잔에 물을 채운다.

지태는 그렇게 약을 먹은지 10여분이 지나서야, 물을 다섯 컵을 들이켜서야 약봉투를 훌훌 털어냈다.

"약먹다 배터지겠네. 애두 아니구 무슨 약을 이렇게 못먹어요?"

채원은 의자에 앉아 지태의 약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끌끌 찼다.

"어렸을 때 얼음 먹다가 목에 걸린 적 있거든. 그 뒤론 목에 걸리는 건 거의 못먹어. 어렸을 때야 가루약으로 갈아서 먹었다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하..."

지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밥 먹으러 가자며 마스크를 쓰고 일어선다.

채원 역시 가방을 메고는 지태를 뒤따른다.

 

"뭐 드실 건데요?"

"시청 근처에 맛나는 커리전문점이 있대. 거기 가보자."

채원은 지하철로 향하다가 멈춘다.

"커리요? 카레?"

"응. 카아레에."

지태는 한 음절 띄워 말해주자 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선배, 나 카레 못먹어요. 그 노란색이며, 냄새며, 저 못 먹어요."

"카레가 얼마나 맛나는데 그걸 못먹어?"

지태는 세상에 이런 희귀종이 있냐는 눈으로 채원을 바라본다.

"아휴. 저두 어렸을 때 카레먹다가 급체를 해서 못먹네요. 짜장은 먹어요. 짜장 먹던가 그럼."

채원은 지하철에 오르는 계단에 기대어서서 지태를 바라본다.

"아.. 거기 진짜 맛나는데... 그럼 뭐 먹지? 그냥 학교 근처 식당으로 갈까?"

"네. 걍 정문으로 가서 닭갈비 먹어요. 헤헤."

채원은 지태의 팔짱을 낀 채로 다시 후문쪽으로 걸어간다.

"걍 이 쪽으로 가지 뭐하러 다시 들어가?"

"나 도서관에 자리잡아뒀는데 걍 밥 먹구 가려구요. 들렀다가 가요. 선배."

해맑게 웃는 채원을 바라보며 지태는 또다시 미소를 짓는다.

지하철역에서 후문으로 걸어가는 길목에는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뒤로 한 채 지태와 채원을 손을 잡고 후문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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