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당신은 첫사랑입니까?

2012. 9. 4. 22:11 - 엄작가 dbjang

오늘은 서점이나 가보자.

채원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려다 발길을 돌려 학교에서는 좀 떨어진,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소요되는 헌책방으로 향했다.

버스카드를 찍고 버스 안을 둘러보니 한적하다 못해 썰렁하다.

몇몇 사람들만이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거나 휴대폰에 눈길이 고정되어 있다.

버스 뒷 문을 지나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의 창가에 앉았다.

창 밖의 사람들은 어디를 바쁜 듯이 걸어가고 있고 가끔 보이는 노점상 할머니와 리어카에서 장사를 준비하는 포장마차도 있다.

오후 2시의 풍경.

채원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찾다가 자신의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다이어리는 채원 본인것이 아니라 지태의 다이어리인데 우연히 습득했다.

다른 과 선배들과 농구게임을 하다가 떨어뜨린 모양인데 채원의 친구가 주워서 채원에게 맡겼었다.

지태와 그동안 마주침이 없던 탓에 가방안에 고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채원은 다이어리를 펼쳐서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딱히 많은 기록들이 쓰여있던 것도 아니고, 동아리 모임 일정이나 과 선후배들 생일 정도.

그러다 8월에 기록된 현지 생일?

아마 첫사랑이라는 전 여친인 모양이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채원은 다시 다이어리를 닫고 집어넣는다.

음악을 듣는 것도 잊어버린 듯 창 밖을 응시한다.

버스에서 내린 채원은 정류장에서 5분 남짓을 걸어 길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서점주인 아저씨가 책에 먼지를 털고 있다.

"아저씨 저번에 말씀드린 책 들어왔어요?"

채원은 허리를 숙여 천막을 젖히고 들어간다.

"그 책을 찾는 사람이 은근히 있네그려. 뭐 티비에서 나온 적이 있는 겨? 학생 또래 같은디 좀전에도 왔더라고. 그 총각한테는 아직 안들어왔다고 혔지. 허허."

중학교 입학할 때 영어사전을 사기 위해 엄마 손을 잡고 드나들던 채원은 서점주인에게 단골 중의 단골이다.

그래서인지 서점주인은 채원이 구해달라는 책은 해외에서 구해야 하지 않은 이상은 거의 구해주는 편이다.

"그래요? 아마 우리 학교 학생일지도 몰라요. 우리과 지도교수님께서 한번은 읽어보라고 하셨거든요. 헤헤."

채원은 먼지를 탁탁 털며 책을 건네주는 서점주인에게 미소를 띄우고 책을 펼쳐본다.

 

"어? 그 책을 어떻게 구했어?"

지태는 채원의 손에 들려있는 책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요? 헌 책방에서 구했죠. 그 학생이 선배인가?"

다시 학교 동아리방으로 향한 채원은 룸에서 나무를 가다듬고 있던 지태에게 말을 한다.

"코스모스책방? 거기? 나 거기 단골인데 아저씨가 아직 안들어왔다고 하더라고."

"얼마나 단골이에요? 하하. 전 10년 가까이 되는데."

"그래? 흠."

"아참. 선배 이거."

채원은 가방 속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건넨다.

"이거 한참 찾았네. 어디서 주웠냐?"

누가 주운 건지에 대함은 개념치 않는 듯 지태는 다이어리 표지를 쓱 만진다.

"제 친구가 농구대에서 주웠대요. 농구했어요?"

"며칠전에 했는데.. 와 돌아오기까지 오래도 걸린다."

지태는 다이어리를 가방 속으로 넣는다.

"현지란 사람이 첫사랑?"

"어? 봤어? 흠.. 맞아 그 애."

지태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무를 계속 쓰다듬는다.

"선배. 난 4월이에요. 4월 19일. 4.19 혁명. 그날이에요."

하고는 채원은 씨익 웃고는 책을 다시 들고 동아리방을 나간다.

지태는 그런 채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다이어리를 다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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