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2012. 7. 21. 11:23 - 엄작가 dbjang

햇살이 따가운 아침이다.

아침 일찍 노트북과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창 밖이 보이는 까페 한 구석에 앉았다.

우유를 듬뿍 넣은 라떼 한 잔을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어젯밤 꿈에 나왔던 내용을 글로 저장을 하기 위해서다.

머리를 쥐어잡고 다시 되새겨보려 한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점원의 외침에 고개를 들어보니 창 밖에 그 사람이 서 있다.

꿈이 아니였나?

음료를 가져가라고 거듭 외치던 점원이 약간 투덜거리며 음료를 갖다준다.

겸연쩍게 음료를 받아들고 다시 창 밖을 바라봤다.

방금까지 서 있던 그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두리번거리다가 자리에 앉고 노트북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는다.

 

흐릿한 기억속에 그는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 향기와 미소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역시 미소를 띄우며 그를 보게 되었다.

한참을 아무런 말이 없이 미소만으로 서로를 응시하다가 누군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여자다.

그 여자가 그의 팔을 낚아채고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

이 곳은 어디지?

저 여자는 누구지?

그리고 저 남자는 누구인가?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딱히 기억이 나질 않고 머리가 아파온다.

그 남자는 당황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저 표정...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렇다고 잘한 게 없으니 당당하지 못함에 고개를 떨구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 그의 표정이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이였구나...

그래서 익숙했던 거구나...

나를 그렇게도 아프게 했고, 비참하게 했고, 또는 성장하게 했던 그 사람.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고난들을 질기게도 견딜 수 있게 해준 사람.

 

그 사람이였구나...

 

나는 그제서야 창 밖에 서 있던 사람이 생각이 났고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가본다.

자리를 떠버린 건지, 아님 내가 잘 못 본 것일까?

항상 창 밖에서 노트북에 정신이 팔려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그였던 것일까?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꿈 속에서도 봤고, 창 밖으로도 그 잔상이 보였던 것일까?

미련이 남은 것일까?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것일까?

새 삶을 찾아 많은 책을 내면서 나는 잊은 줄 알았고 가슴 속에 묻은 줄만 알았던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이 아직도, 아직까지도 정리가 되질 않았던 것일까?

햇살은 따갑기만 한데, 왠만해선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이 나라에서까지 그 사람의 향연(香煙)을 맡아야만 하는 것일까?

 

갑자기 혼란스럽다.

그의 등장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된 듯하다.

왜 갑자기?

나에게 어떤 말이 하고팠던 걸까?

아님, 나에게 어떤 말이든 해주길 바랬던 걸까?

 

창 밖을 다시 바라보니 어떤 조그만 차가 주차를 하고 있다.

여자가 차에서 내려 까페 안으로 들어왔다.

과일 요거트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렇게나 주차를 한 그녀가 부럽다.

하루라도 커피를 먹지 않으면 두통이 심해지는 나로서는 까페에서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주문해서 먹는 그녀가 부럽다.

상당히 부럽다.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나의 맘을 호통이라도 치듯 원두를 가는 소리가 더욱더 크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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