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2012. 4. 20. 17:41 - 엄작가 dbjang

아침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바람이 부스스 눈을 떴다.

창문이 동향인 탓에 아침 일찍 비추는 햇살은 아침잠이 많은 채원에겐 곤욕이다.

잠옷을 입은 채로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나갔다.

목이 타서였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반 정도 남은 생수통이 냉장고문에 덩그러니 있다.

'생수 주문해야겠네.'

갑자기 울리는 팩스 알림음.

뚜뚜. 드르릉. 철컥.

'아. 출판사겠지.'

마감을 알리는 출판사임을 직감한 채원은 팩스를 확인하지 않고 서재로 슬리퍼를 끈다.

 

서재는 침실과 반대인 서향이라 아침엔 조용하고도 나직한 음성이 들리는 듯한 그런 공간이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채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컴퓨터 앞에 앉은 채원은 손가락을 힘껏 튕겨본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애지 순으로 툭툭 쳐본다.

항상 글을 쓰기 전에 하는 채원의 습관.

단순히 손가락을 풀어주는 행위 이상으로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하는 데엔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제까지 써놓은 글을 저장도 하지 않은 채로 커서가 깜빡인다.

'글은 연필로 써야 제맛인데...'

요즘 시대에 무슨 연필이냐 하겠지만 채원은 연필로 써내려가며 가득 매운 노트를 서재 제일 위에 나란히 모셔두었다.

지금은 연필로 쓰는 것 보다 자판을 치는 것이 빨라진 탓에, 그리고 휙휙 갈겨 쓴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에디터의 핀잔에 이제는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아직도 고수를 하고 있는 건 지인들에게 손편지를 쓰는 것.

편리한 이메일이 있지만 손편지만큼은 글을 쓰기 시작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 일이다.

 

채원은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다 문득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그 날 일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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