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2015.01.28 00:25 - 엄작가 dbjang

 

 

한 때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워커홀릭으로 산 지 10년.

결혼과 동시에 집순이로 살아가게 되니 그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첫 아이를 낳고 한동안 바깥출입도 자제하고 산 지 6개월.

아이와 마트 문센을 다니면서 내 인생에 다시 꽃이 피는구나 싶었다.

조금씩 생기는 아이의 자아로 인해 엄마의 고뇌는 깊어가고

안되겠다 싶어 다시 일터로 나가자 다짐했는데

불현듯 찾아온 둘째.

다시 집순이로 돌아왔다.

넝쿨이가 태어나고 행복이는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다.

첫 등원하던 날,

행복이도 울고,

나도 울고.

지금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밌다고 신이 나하는 행복이.

이제 곧 넝쿨이도 울 날이 머지 않았다.

 

처음엔 그랬다.

육아를 처음 겪었을 땐 사회로 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다는 점,

맨날 집구석에 처박혀 살림만 하니 진짜 집순이가 되는 것 같다는 점.

이 모든 점들이 나를 옥죄어 들어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두 녀석의 진상을 받아주자니 이건 뭐...

예수님, 부처님, 모두 저리가.

내가 성인군자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이제 육아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죽어라고 먹지 않던 녀석들이

신경을 써서 만들어 온갖 뮤지컬 연기를 해가며 먹였더니

먹고 먹고 또 먹는 먹방을 찍게 되고,

그렇게 힘들어 지칠 수 밖에 없었던 목욕시간도

이제는 나도 룰루랄라 즐기게 되었고,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것도 곤혹스러워 내 책 읽는게 가장 편했던 이기심도

내 발음 교정에도 좋고 아나운서 삘 나게 읽어주고 있는 이 엄마가

대단한 듯 바라봐주는 내 새끼들이 점점 이뻐지더란 말이다.

 

사회에 몸담고 있을 때는 그랬다.

어쨌든 여자라는 이유로 괄시와 면박을 받기도 했다.

프로그래머란 직업상 다른 타 직군에 비해 평등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지만,

남자만큼 밤새고 주말근무도 마다하지 않아 상사에게 인정도 받았다지만,

보이지 않는 벽은 존재했다.

그런데.

이 육아라는 것 만큼은 여자가 함으로써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여자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직무.

육아.

엄마.

엄마라는 직무, 직군, 직업.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얻을 순 없을지언정,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꺅꺅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

그에 따른 마음의 풍족함은 그 어느 것에도 비할 만한 게 없더란 말이다.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만 들어도 저절로 미소짓게 되고

엄마 표정 따라하며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는 게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뉴스에서, 신문에서 댓통령이 헛짓거리를 해도 그냥 넘어가게 되더란 말이다.

음~ 육아가 이런 것이구나.

지치고 힘들다 할지라도 이제는 육아에 희열을 느낀다.

진짜로!

 

 

구두를 좋아하는 행복이공주님.

 

아주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넝쿨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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