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 세상

2014. 6. 15. 19:18 - 엄작가 dbjang
차를 운전하는 것과는 다르게 조수석에 앉으면 여러 모습이 보인다.
다른 차의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들을 보고 있으면 살짝 웃음이 난다.

거의 무표정.

표정없이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고 입은 꾹 다문채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하는 운전자들.
암. 그래야지. 그게 맞는 것이지.
운전하는 자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는 것도 위험천만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옆에 지나가는 차를 보았다.

그 차 앞으로 다른 차선에서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는 차량이 있다.
그 순간 뒷 차는 엑셀을 밟는다.
우리나라에서 깜빡이를 켠다는 것은 "얼른 오세요. 빨리 오세요."라는 뜻이란다.
그러니 저 차도 속력을 높인걸까.
운전석에 앉으면 아량이 없어지고 느긋한 성격도 급해지며 성인군자같던 평소와는 달리 험악한 인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만큼 신경을 써서 해야 하는 일인지라 이해는 간다.
그냥 차 한 대 넣어주고 양보한다고 해서 한 시간이 늦어지나, 지각을 하게 되나.
물론 그 차로 인해 신호가 바뀐다면 할 말은 없다.
신호대기로 인해서 약속시간에 늦어질 수 있을 테니.
결국 그 차는 끼어들기에 실패를 하고 엑셀을 밟은 차 뒤로도 몇 대의 차를 보낸 뒤 간신히 옆 차선으로 들어왔다.

여자네.
이렇게 생각하면서 깜짝 놀란 나.
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니, 세상에나.
남녀평등의 시대로 여성 운전자가 얼마나 많이 늘었는데 무심코 생각이 난 게 '여자네'라니.
그 여성운전자는 '주행연습'이라는 문구를 뒤에 붙이고 운전중이다.
'초보라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어야 하는 게 맞다.
대한민국에서 운전 중인 모든 여성운전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__)(--)

그 순간 담배꽁초가 휙 떨어진다.
우리 차의 오른쪽 바퀴 밑으로 굴러 들어갔지만 떨어지는 걸 본 나로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렇게 창 밖으로 버려도 되는건가?
신고를 하면 포상금을 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결론을 낸 것은 조만간 저 사람은 벌금을 내게 될 것이라는 것이였다.
저렇게 쉽게 버릴 사람이라면 또 그럴 것이고, 나처럼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아닌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에게 눈에 띄었다면 100% 신고를 할테니까 말이다.
부디 꼭 벌금을 내시길 바란다.

창 밖만 바라봐도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외제차를 탄 사람을 보더라도 '돈이 많은 재벌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뚜껑(?)이 없는 스포츠카를 타고 혼자서 운전을 하고 가는 남자를 보면 '돈은 많지만 애인은 없나봐' 하고 생각이 든다.
SUV를 탄 젊은 여성을 보면 '저 운전자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인가보군'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차를 타고 가는 남자 운전자를 보면 '정말 알뜰하구나, 그래 저런 사람은 성공할꺼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자친구는 없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여성들은 처음 만날 때 차가 있는 지 먼저 물어보고 차종을 물어본다고 하니 내 생각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집에 도착을 했다.
아이들은 비좁은 카시트에서도 쿨쿨 잘만 잤고 남편은 장시간 운전한 터라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부터 했다.
나도 내려 짐을 좀 챙기고 남편과 함께 아이를 하나씩 들쳐 업고 집으로 올라갔다.

뒤돌아 자동차를 바라보니 참 잘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동차 뒤로 보이는 도로와 나무들을 보니 시원하다. 
차 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밖에서 바라본 세상은 별 차이는 없구나.
고속도로 너머에도 산과 들이 있었고 아파트 단지내에도 나무가 있다.
내가 어디에 속하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이기 때문에 같은가 보다.


ㅋㅋㅋ 이라니. 뒤따라가면서도 기분이 나쁘다. -_-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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