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유있는 바람도 있나? (1)

2014. 3. 29. 15:42 - 엄작가 dbjang

"대리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파란 넥타이시네요? "

엘리베이터에 미리 타고 있던 미윤은 헐레벌떡 뛰어오는 수민에게 인사를 건넨다.

"네. 미윤씨 안녕하세요."

수민은 엘레베이터 안의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는 미윤 쪽으로 몸을 돌린다.

"미윤씨는 출근을 빨리 하는 편이네요. 다른 인턴사원들은 다들 정각에 출근을 하던데."

9시 30분이 출근시간인 수민의 회사에 이번 분기에 인턴이 세 명 입사했다.

부산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던 미윤은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어 출근을 하는지라 일찍 출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매일 지각했는데 회사를 다니니 뭔가 다르긴 한가봐요. 하하."

청량한 음색이 엘리베이터 안에 퍼진다.

미윤의 꾸밈없는 웃음 소리에 수민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진 수민은 잠깐 꾸벅 졸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볼펜을 들고 있던 손이 의자 옆으로 떨어졌다.

그 때 꼽고 있던 이어폰 속으로 딩동 소리가 들린다.

'대리님. 저 커피 한 잔만 사주세요.'

미윤이 수민에게 메신저로 커피 모양의 이모티콘을 날렸다.

수민은 눈을 비비며 엔터를 치곤 밖으로 나갔다.

 

흡연구역으로 정해져 있는 외부 주차장에선 사람들이 담배를 연신 피워대고 있다.

둘은 출입구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대리님은 항상 그 시간에 졸리신가봐요. 그 시간만 되면 인사하시던데요? 저한테. 큭큭."

미윤은 달콤한 맛이 좋다며 까페 모카에 휘핑크림을 잔뜩 얹은 커피를 홀짝이며 킥킥거린다.

"밤에 뭘 하시길래 그렇게 조시는 거에요?"

"이번에 새로 나온 게임이 있어서."

수민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담긴 얼음을 깨어 물며 신발에 묻은 흙을 툭툭 턴다.
"무슨 게임이요?"

"있어요."

"대리님은 여자친구 있어요?"

"네."

몇 번의 질문을 해대던 미윤은 잠시 커피만 마신다.

"미윤씨는요?"

"저는 남자 친구 군대갔어요. 이제 상병일 거에요."

"거에요? 남자친구 계급을 몰라요?"

"뭐. 일병 달고 나서 휴가 나와서는 나보고 기다리지 말라면서 좋은 사람 만나라고 했는데 굳이 알 필요가 있나요? 다른 남자애들 말 들어보니깐 군대가기 전에 썸녀가 있었대요. 개자식."

미윤은 코 끝을 찡긋하고는 입술에 묻은 휘핑크림을 왼쪽소매로 쓰윽 닦는다.

"그럼 남자친구 없는 거네요. 나두 지금은 없는 셈이죠. 나 놔두고 혼자서 유럽으로 여행갔어요. 한 석 달 있다가 온다는데."

수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벤치에서 일어선다.

"들어갈까요?"

"네. 대리님. 주말에 뭐하세요?"

미윤의 동그란 눈을 수민은 말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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