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과거를 묻지 마세요.

2014. 3. 23. 01:59 - 엄작가 dbjang

"오해야. 네가 어떻게 생각을 할진 모르겠지만 그런거 아니야."

채원은 기가 막히다.

"오해? 내가요? 무슨 오해? 그럼 그 여자가 혼자서 그런다는 거에요?"

"그래. 사실 어제 만난 건 사실이야. 너는 전화를 안 받고 그냥 답답해서 누워있는데 전화가 왔어. 만나자고.. 그래...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그런데 그냥 만나서 밥 먹고 그러고 헤어진게 다야."

수민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채원의 팔을 잡는다.

"그럼 그 여자의 블로그는 어떻게 설명할건데요?"

채원은 팔을 뿌리치며 수민을 쏘아본다.

수민은 그 날 있었던 일뿐 아니라 그 동안 민혜와 사귀었던 날들을 차분히 털어놓는다.

 

'전화를 안 받네. 안 받겠지...'

수민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시 눕는다.

팔을 머리뒤로 베고 천정을 바라보며 어떻게 수습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수신된 번호를 보니 민혜다.

수민은 나즈막히 한숨을 쉬고는 전화를 받는다.

"어. 나야."

"오빠, 일어났네? 지금 뭐해? 오늘 만날까?"

헤어진 걸 잊은걸까?

민혜는 높은 톤의 음성으로 수민의 귀를 자극한다.

"그래. 만나자."

그 동안 민혜에게서 몇 번의 전화가 왔었다.

하지만 수민은 채원에게 집중하고파 피해왔었다.

마침 채원도 전화를 받질 않고 그냥 만나서 밥이나 먹고 도대체 왜 전화를 했는지나 알아보자 싶어 만나려고 했다.

 

예전에 민헤와 사귈 때 항상 그런 패턴이였다.

민혜의 연락을 기다리고 민혜는 자기가 연락하고플 때만 연락을 했다.

민혜의 집에서는 수민의 존재조차 몰랐다.

홀어머니와 이민간 형을 가족으로 둔 수민은 여러모로 민혜에 비해 집안형편이 기우는 편이다.

아버지가 어릴 때 사고로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가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해서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보상금으로 가지고 있던 아파트 두 채 중 하나는 호주로 간 형의 이민자금과 결혼자금에 보탰다.

한국에 남은 수민은 어머니와 함께 남은 아파트에서 지내며 각종 집안일을 책임지고 있었다.

민혜의 집은 어떠한가.

민혜 역시 아버지는 안계시지만 어머니는 그 시대에서는 드물게 대학물을 먹은 여자였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딸 셋을 모두 그럴싸한 집안에 시집을 보내고 싶어했다.

왠만한 인서울의 학교로는 부족했다.

첫째 딸은 한의사, 둘째 딸은 변호사에게 시집을 보낸 후 셋째 딸인 민혜 역시 괜찮은 집안으로 시집을 보낸 후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이런 집에서 지방대를 나온 수민을 탐탁하게 여기지 못할 뿐더러 만나는 것 조차 반대를 할 것이 분명했다.

엄마와 언니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민혜는 수민과 5년동안 사귀면서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딱 한 번.

컴퓨터를 전공했던 수민에게 자신의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민혜의 엄마는 수민을 컴퓨터 수리공으로만 알고 있었고 연신 AS기사 아저씨가 친절하다며 음료수를 대접했다.

이런 민혜와 사귀는 동안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수민은 잠시 민혜가 유럽으로 여행을 가 있는 동안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질렀다.

수민이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인턴으로 여대생이 입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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